2022년 7월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가 나라현 나라시에서 일본 참의원 선거 지원유세 중 민간인이 사제총기로 쏜 총탄에 맞아 가슴과 목 부위의 동맥이 끊기면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이는 일본 역사상 일본 총리대신이 암살당한 7번째 사례가 되었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 역대 총리 중 최장기간 집권한 총리였고, 신병상의 이유로 총리직을 중도에 스스로 사임한 이후로도 일본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배후에서 후임 총리들을 사실상 계속 지명해오던 능력자였다.
그 후임 총리였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2020.09~2021.10 총리 재임)와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2021.10~현재) 모두 사실상 아베 총리가 지명하고 밀어줘서 총리가 된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따라 총리로서 역할을 수행했다기 보다는 후견인 아베 전 총리의 입김에 의해 그의 뜻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와 같은 존재였다.
그 정도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아베 전 총리가 정치적 테러도 아니고, 한낱 민간인이 자신의 어머니가 통일교를 믿고, 통일교에 많은 돈을 기부해서 자신의 집안 경제사정이 악화되었다는 개인적 원한으로 인해 암살된 것이다.
아베 전 총리 입장에서 보면, 그 민간인으로부터 자신이 돈을 직접 뇌물로 받은 것도 아니고,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종교 단체에 돈을 기부했다는 이유로 왜 내가 암살당해야 하냐고 참 억울해할만도 할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암살을 당할 것 같으면 이 세상 모든 지도자들은 아무리 정치를 잘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안전한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어쨌거나 이번 아베 전 총리의 암살과 관련하여 경호 문제에 대해 우리도 깊이 생각할 부분이 있다.
얼마전 모 언론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소한 이후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사저로 입주하던 날 소주병을 던져 테러했을 때 한국 경호원들의 대응 상황과 아베 테러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대응 상황에 대해 비교하면서 마치 일본보다 우리나라 대통령 경호실 경호 능력이 매우 뛰어난 것처럼 보도한 바 있다.
정말 과연 그럴까? 나는 전혀 다르게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경호실에서 경호 실패를 한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코 일본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첫 번째 사례로 대통령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 행사장에서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던 문세광이라는 재일동포가 행사장 중앙 복도로 뛰어들어 오면서 발사한 총탄에 머리를 맞고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 경호원들은 행사장 뒷쪽에서 행사장 복도 중앙을 뛰어 들어오며 무려 6발의 권총탄을 발사한 문세광을 제대로 제압하지도, 제대로 상황 대처도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육영수 여사가 시해당하게 된 것이었다. 국가원수가 참석하는 행사장에 문세광이 권총을 행사장 안으로 숨겨 들어온 것조차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못했다. 완벽한 경호 실패에 해당한다.
두 번째 사례로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 사건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궁정동 안가 2층에서 차지철 경호실장이 배석한 상태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김계원 비서실장 등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재규가 차지철을 향해 권총을 발사했을 당시 차지철은 손가락에 총상을 입었을 뿐이었는데 대통령을 경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고 자신의 몸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총상을 당한 손을 부여잡고 화장실로 도망갔다가 다시 나오던 중 김재규에게 발각되어 총을 맞고 사망했다. 그 사이 박정희 대통령은 당연히 김재규의 총에 맞고 사망한 이후였다. 평소에는 대통령을 위해 언제든지 목숨을 바치겠다고 큰 소리 뻥뻥치던 특전사 장교 출신의 경호실장이 대통령 경호를 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자기 목숨 살겠다고 화장실로 줄행랑을 친 사건이 부끄럽지만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세 번째 사례로 버마(현재의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사건이다. 1983년 10월 9일 전두환 대통령 일행이 버마를 방문 중에 아웅산 장군 묘소를 참배하려던 상황에서 북한 공작원들이 설치한 폭탄이 터져 서석준 경제부총리, 함병춘 대통령 비서실장,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 이범석 외무부장관, 김동휘 상공부장관, 서상철 동력자원부장관 등을 포함해 장관급, 차관급 등 17명이 현장에서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현장에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두환 대통령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이계철 주 버마 대사가 뒤늦게 도착하자 이를 전두환 대통령으로 착각한 북한 공작원들이 원격폭탄을 터트리면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을 뿐이지, 이 당시 대통령 경호실에서는 사전에 폭탄도 식별하지 못했고, 그 어떠한 역할도 전혀 하지 못했다.
네 번째 사례로 국립현충원 현충문 폭파 미수 사건이다. 1970년 6월 25일 한국전쟁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박정희 대통령과 정부 요인들을 암살할 목적으로 1970년 6월 22일 새벽 03:50분경에 북한 무장공비 3명이 침투하여 현충문에 폭탄을 설치하던 중 실수로 폭탄이 터지면서 1명은 현장에서 사망하고, 2명은 도주한 암살 미수 사건이다. 이 역시 대통령 경호실에서 경호를 잘 해서 예방한 사건이 아니라, 멍청한 북한 공작원들의 실수로 인해 다행스럽게 미수로 불발된 사건이었다.
다섯 번째 사례로 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근접 경호 장면을 얘기해보자. 그 때 던진 것이 소주병이었으니 망정이지, 이번 아베 사건처럼 사제총기였다고 생각해보자. 당황한 경호원들이 과연 제대로 대처했을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소주병을 던질 때 제대로 주시하고 대응한 것은 젊은 여성 경호원 한 명뿐이었고, 나머지는 대처가 다소 느리고 미숙해보이던데... 더군다나 그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외에도 그의 석방과 사면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도 현장에 나타날 수 있다는 충분한 위험예측이 이루어진 상황이라고 판단할 때 그 정도 경호 대처 능력은 우수하다고 보기에는 다소 창피해보인다.
이번 아베 암살 사건을 잘 살펴보면 경호팀들의 "오늘도 뭐 특별한 일이 있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가장 큰 문제였다. 요인 경호는 방심하는 순간 경황없이 우왕좌왕하다가 당하는 것이다. 아무리 훈련이 잘 된 경호원들이라고 하더라도 순간적으로 당황을 하게 되면 앞서 말한 차지철 경호실장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아베 암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의 경호 실력을 폄훼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과거의 아픈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던만큼 이를 교훈으로 삼아 타산지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고, 우리나라 경호에는 어떠한 문제점이 없는 지 면밀히 살펴보고 보완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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