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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

오늘 드디어 남북 고위급 당국자회담 개최하는데 왠지 자존심이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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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0:00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급 당국자회담이 개최된다.

 

남한 측 대표단은 조명균 통일부장관을 수석대표로 하여 통일부차관 등 5명이고, 북한 측 대표단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수석대표로 하여 5명이다.

 

국내 언론은 대표단의 격 문제를 놓고 별로 말이 없는 편인데,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또 한 번 실수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이 차지하는 역할과 기능, 비중을 생각할 때 과연 우리 정부의 중앙부처 장관과 격이 동등한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늘 과거에도 자신들의 대표를 우리보다 한 등급 낮은 사람들로 대화 파트너를 선정했다. 그 이유는 남한은 미국의 꼭두각시이므로 자신들과 동급으로 만나줄 수 없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

 

그래서 남북대화를 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 그런 행태를 보여왔고, 우리도 늘 그들의 대표성 만을 생각하며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남북대화에 임해왔다.

 

그러던 것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면서 국가의 자존심을 세우고, 서로 간 존중하는 의미가 부각되면서 남북대화에 있어 '격(格)' 문제가 불거졌다. 그것이 어찌보면 국제적 관례에서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남한 측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으려고 한동안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2015년 8월 북한의 DMZ 지뢰도발 사건과 관련하여 남북 간 군사대결 긴장이 가장 높이 고조되던 시점에 남북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었는데, 그 때 양측의 대표가 남한에서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장관이었고, 북한 측 대표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양건 대남담당비서였다. 그것이 당연히 맞는 격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남한 측은 그동안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자존심 싸움에서 이겼고, 대표단의 격을 서로 대등하게 만드는 정상적 수준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진보정권이 들어서서 첫 번째 공식적으로 이뤄지는 남북대화에서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 바로 잡았던 룰이 다시 무너지고 있다.

 

통일부장관이 국무위원회 직할의 국가기구인 '조평통 위원장'을 카운터파트로 만나다니.............!!!

'조평통'은 불과 작년 6월까지만 해도 당 통일전선부 산하 위원회에 불과했던 조직이다.

 

 

 

 

 

 

아무리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상태에서 흥행에 성공을 거둬야 하고, 최근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톤다운을 시켜야 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어느 정도 수긍할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평통 위원장'이 통일부장관과 만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선례가 될 것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선례는 후대 정권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그만큼 남북대화 대표의 격 문제는 그 나라의 자존심을 걸고 결코 양보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남한 측이 통일부장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웠으면, 북한은 당연히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나와야 한다. 비록 대남담당비서(현 국무위원회 대남담당 부위원장)가 통일전선부장도 겸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서는 격이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겸직을 시킨 북한 측 사정이고, 당연히 해당 기관을 대표하는 대표자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남한의 통일부장관이 북한의 통일전선부장이 아니고, 조평통 위원장을 만난다는 말인가???

 

 

 

 

 

 

물론 우리가 먼저 대표자 명단을 북한 측에 제공했고, 그 이후 북한에서 대표단 명단을 다시 회신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런 식으로 대표자 명단을 보내왔으면 우리도 수정 제안을 해서 그에 걸맞는 대표단을 보내야 했다.

 

본인 생각에는 가급 고위공무원인 '남북회담본부장'을 보내는 것이 격에 맞다고 생각한다. 조평통 위원장 리선권이 누구인가? 몇년 전까지만 해도 판문점대표부 소속 군관으로 '대좌' 계급장을 달고 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통일부장관과 격을 나란히 할 수 있는가?

 

우리 스스로 어렵게 세운 룰을 또다시 무너뜨린 결과 밖에 되지 않는다. 제발 문재인 정부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남북대화에 나서야 한다. 벌써부터 한 수 접고 들어가면 그 결과는 안 봐도 훤하다.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도 생각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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