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를 둘러싸고 내홍이 생긴 분위기다.
이거야말로 엉뚱한 곳에서 쓸데없이 힘빼고 앉아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 수 없다.
지금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민생/경제/안보/외교 등 중차대한 당면과제들이 산적해있는 상황에서 어디 할 일이 없어서 당 중진급 인사들이 엉뚱한 종교인 때문에 입씨름을 하면서 스스로 자중지란을 만들고 있는가?
내가 얼마 전에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을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요즘 화제를 불러 모았던 '나는 신이다' 프로그램에나 나올 법한 종교인이 이 세상에 어디 한 둘인가?
그런 종교인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자기들이 매우 중요한 인물이며,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자기가 이 세상을 구할 '구세주'라고 주장하는 인간도 나오는 것이고, 자신의 말이 곧 '하늘의 계시'이고 '진리'라고 주장하는 겁대가리 없고, 똘끼 충만한 인간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누구나 동일한 인간임에도 자신은 특출나다고 생각하고, 자신은 선택받은 자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점차 사이비 종교인이 되어 가는 것인데, 이렇게 스스로에게 전혀 겸손하지 않은 자들이 대중들을 현혹시키고 혹세무민(惑世誣民: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임)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사이비성 종교인들을 포함해 각종 종교 집단과 연계하여 이들의 힘과 결집력, 행동력, 표심 등을 적절하게 이용해먹으려는 정치 세력들이 더 큰 문제다. 이러한 추세는 여야, 우파와 좌파를 가리지 않고 동일하다.
여당(우파)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연계하고 있는 종교 집단을 손꼽으면 '전광훈 목사'를 위시로 하는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세력과 '자승스님'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 조계종 주류 세력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야당(좌파)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연계하고 있는 종교 집단을 손꼽으면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와 '7대 종단(개신교·불교·유교·원불교·천도교·천주교·기타 민족종교)'의 대표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대한성공회', 불교인권위원회 등등 일부 좌파스러운 불교 단체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외에도 또 있다. 요즘은 정치인인지, 종교인인지, 예능인인지, 심령치료사인지 그 정체성을 도무지 알 수 없는 '하늘궁'의 허경영 같은 사람도 있기는 하다.
아무튼 정치계가 종교계와 너무 가까와지면 안 되는 이유가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가 신앙의 영역으로 뛰어들면 과거 '신권(神權) 정치' 또는 '신정(神政) 정치' 시대가 되어버려 '지배자가 신 또는 신의 대리인으로 간주되고, 절대적인 권력으로써 인민을 지배하는 정치체제'가 되어버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태봉국의 궁예,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후기 로마 시대와 중세 시대 교황의 권한이 과도하고 막강하던 시대처럼 종교에 정치가 의존하면 인권과 민주보다는 신권이 지배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종교인들은 자신들이 믿는 종교의 교리를 모든 정의와 질서의 잣대로 삼기 때문에 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법치주의와는 그 궤를 함께 하기 어렵다. 즉, 일반적인 규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왜 우리 정치인들은 이러한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개념도 없으면서 걸핏하면 종교인들과 손을 잡으려 하는가?
그들에게 신세를 지게 되면, 당연히 그들은 "나로 인해 누가 대통령이 되었다. 내가 밀어줘서 나로 인해 정권을 잡았다."라고 이리저리 생색을 내면서 떠들게 되어 있고, 자신이 마치 이 정권을 세우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1등 공신인 것처럼 행세를 하면서 자신에 대한 종교적 우상화와 권위를 높이는데 적극 홍보를 하고, 더 많은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려고 시도하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나중에는 정치적 지분을 요구하거나, 자신들의 공로에 대한 계산서를 청구하게 되어 있다. 국회의원 몇 자리를 달라거나, 어느 관직에 우리 쪽 사람을 넣어달라는 인사청탁을 하는 경우도 생기고, 각종 이권 사업에서 혜택을 얻으려고 시도들도 많이 생기게 된다.
그러다보면 각종 비리와 부정 부패가 생기게 될 수밖에 없고, 언젠가는 정치계에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곪을대로 곪게 되면 결국 터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여당 국민의힘에서 전광훈 목사쪽과의 관계가 그러한 성향에서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된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종교계와 척을 질 필요까지는 없지만, 너무 의존해서도 안 된다.
윤석열 정부 초창기 무속신앙과 역술인 천공에 대한 구설수로 많이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전광훈 목사로 인해 또다른 고민과 구설수에 오를 이유가 없다.
전광훈 목사는 과거부터 2007년부터 목회자 신분으로서 정당 가입과 창당을 하면서 꾸준히 정치 활동을 해온 사실상의 정치인이다. 그는 '기독사랑실천당 / 기독자유민주당 / 기독자유당 / 기독자유통일당 / 국가혁명당 / 자유통일당' 등등을 창당하여 이끌어왔다.
벌써 정당 명칭에서부터 물씬 풍겨나듯이 이들 정당은 특정종교가 주도한 정당이고, 그 정당 이념과 강령에는 일반 대중보다는 특정종교인과 해당 종교에 편향된 정치색에 물들어진 종교집단화된 정당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정당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인 독일에도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당' 등의 종교정당이 존재하고, 일본도 '공명당(남묘호렌게쿄 / SGI)'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다른 나라에 존재하는 종교정당들에는 전광훈 목사와 같은 사람은 없다.
전광훈 목사처럼 다른 정당을 창당하여 이끌고 있는 사람이 자신들의 당원과 교인들, 지지자들을 국민의힘에 입당하라고 한 후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마치 정치적 지분을 요구하는 듯하면서 국민의힘을 좌지우지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과 한 때 대통령 후보였던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에게 "이 자식"이라면서 욕설을 함부로 내뱉는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리 우파라고 하더라도 결코 용납하기 어렵다.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 독재정권에 저항하여 지리멸렬한 우파 세력들을 끌어모아 투쟁력있게 광화문 집회에서 항거한 공과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훌륭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그러나 예수님이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여라"라고 말씀하셨다고 마태복음에 나오지 않는가? 굳이 내가 한 일을 외부로 티내지 않아도 국민들이 알아줄 사람은 알아주는 법이다.
왠만하면 더 이상 티 좀 내지 말자. 사람이 통이 커야지. 주님 모시는 사람이 겨우 그 정도가 되어서야 쓰겠는가?
이번 사태는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미국에 가서 뜬금없는 주책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 되었던 것인데, 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 쪽의 지지를 받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김기현 당 대표를 포함해서 홍준표 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전광훈 목사 할 것 없이 모두들 더 이상 이 문제로 인해 사태를 더 이상 확전시키지 않기를 바라며, 지금 가장 시급한 현안문제에 집중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요구한다.
지금은 공공의 적 이재명 일당을 때려잡을 때이지, 국민의힘과 보수세력이 서로 집안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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