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2.8절(건군절)' 열병식이 개최되었다.
오늘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일이고, 미국과 중국 등에서도 북한이 열병식으로 평화올림픽에 재뿌리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요청을 한 바 있음에도 북한은 강행한 것이다.
이를 두고 애써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과거 열병식 규모에 비해 1/3 규모로 축소해서 실시했다. 이는 내부용으로 소규모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는 논평이었다.
과연 그것이 정확한 진단일까?
나의 의견은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실시된 제70주년 '2.8절(건군절)' 열병식에서 나타난 특징 몇 가지를 살펴보자.
1. 김정은의 처 리설주가 열병식에 최초로 공식 참가하여 주석단에 앉았고, 김정은과 함께 '조선인민군 명예위병대'를 사열했다.
- 북한은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깊게 박혀있는 세상이다. 과거 김일성, 김정일 그 누구도 자신의 부인을 열병식과 같은 공식 행사에 부부 동반으로 참가한 역사가 없다. 김정은 역시도 집권 7년차가 된 이제서야 처음으로 열병식에 리설주를 대동했다. 그만큼 김정은이 젊고 유럽 유학파이기 때문에 퍼스트레이디에 대해 서방 세계의 기준으로 대우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이번 열병식을 통해 자신의 확고부동한 지위를 대내외에 알리는데 리설주를 등장시켜 활용하면서 과거 할아버지와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자신의 차별성을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2. 리설주를 처음으로 '여사님'으로 호칭했다.
- 그동안은 북한 매체에서 '리설주 동지'로 호칭해왔다. 물론 '동지'라는 말은 북한에서 자신보다 높은 사람을 존칭할 때 주로 사용한다. 자신과 동급이거나 낮은 사람은 '동무'로 호칭한다. 그런데, 어제는 '리설주 여사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남한이나 외국에서는 흔히 사용하는 용어이지만, 북한에서는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특이한 호칭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도 '리설주'는 '여사님'으로 호칭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또한, 리설주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리설주는 자신이 은하수관현악단 가수 출신이었기 때문에 주로 북한의 '모란봉 악단'을 포함해 여러 악단을 조직하고 연습 및 행사 개최를 하는데 전반적인 책임자로서 활동했다. 북한에서 '선전선동' 분야에 이러한 악단들을 활용해온지 오래된 상황이고, 그만큼 북한에서 '선전선동'의 중요성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이를 리설주가 맡아서 나름대로 활약을 벌인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과거 김일성의 후처 김성애가 '조선여성동맹(여맹)' 위원장으로 북한의 여성을 대표하는 단체장으로 활동했었다. 아마도 리설주 역시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서 활동할 수 있는 적절한 직책을 내세워 공식적으로 대외적 활동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여동생 김여정을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하도록 만든 김정은이기 때문에 처 리설주 역시도 특정한 직함을 주고 공식 활동을 하도록 배려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리설주가 김정은 후계자를 낳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예측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가정에서 후계자 생산에 집중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위치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3. 김정각 총정치국장의 임명이 공식 확인됐다.
- 열병식을 통해 북한의 총정치국장으로 김정각의 임명이 공식 확인됐다. 전임자 황병서의 혁명화 소식은 이미 오래 전에 알려진 바 있고, 얼마전 국정원에서 국회 정보위에 김정각이 총정치국장으로 임명되었다는 보고를 한 바 있었지만, 김정각이 총정치국장으로 임명된 것이 어제 열병식을 통해 공식 확인되었다. 오랫만에 국정원이 제대로 식별을 한 듯 하다. 김정각은 이미 총정치국장을 해봤던 사람이다. 그리고, 정치군관으로 오랫동안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김정일 집권 당시 총정치국장으로 보직되어 활약하다가 최룡해가 임명되면서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으로 보직되어 임무를 수행해왔다. 앞으로 김정각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해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정은 라인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언젠가 황병서가 복귀하게 되면 다시 물러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4. '전략군'이 드디어 조선인민군 제4군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
- 어제 열병식을 통해 '전략군'이 드디어 조선인민군 제4군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 의미는 무엇이냐 하면, 그동안 북한에는 '육군 / 해군 / 항공 및 반항공군' 등 3군이 정규군의 무력이었는데, '전략군'이 '육군'의 소속이 아니라 이제는 '제4군'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전략군'은 핵무기 및 장거리미사일부대가 편성되어 있다. 소련이나 중국의 경우에도 '전략군'이 편성되어 있다. 미국도 '전략사령부'가 별도로 편제되어 있다. 북한도 이제 '전략군'을 '육군'에서 독립시켜 별도의 부대로 관리되도록 시스템을 바꾼 것이다. 이미 북한에서 '전략군'은 전략군사령관 김락겸을 대장으로 승진시키면서 별도 편제를 시켰음을 몇 년 전에 대내외적으로 알린 바 있지만, '조선인민군 명예위병대'에 '전략군 명예위병대'가 편성되지 않아 그 성격이 제4군으로서의 위상이 확고하지 않았었다. 하물며 준군사부대인 '노농적위군'의 명예위병대가 존재했지만, '전략군 명예위병대'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어제 열병식에서 드디어 '전략군 명예위병대'가 식별되었다. '전략군'의 복장인 '얼룩무늬' 위장복 복장과 동일한 얼룩무늬 색상으로 '전략군 명예위병대' 복장이 만들어지고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이로써 '전략군'은 북한의 명실공히 정규군인 조선인민군 제4군으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5. 신형 ICBM이 추가 공개되지 않았다.
- 신형단거리미사일만 추가 공개되었고, 과거 열병식에서 이미 공개된 장거리미사일들 위주로 공개되었다.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신무기를 공개할 것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굳이 신무기 공개를 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군사적 역량을 이미 충분히 과시했다고 판단했는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지만, 아무튼 이번에는 쇼킹한 수준의 ICBM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6.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예술단/응원단을 파견시킨 상태에서 열병식을 개최하여 양동작전을 벌이고 있다.
- 북한에서 남한에 평창올림픽 대표단/예술단/응원단을 파견한 상태에서 열병식을 강행했다. 더군다나 오늘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최 휘, 조평통 위원장 리선권 등이 북한 고위급 대표단으로 내려오는 날이다. 그러한 남북교류 분위기를 띄운 상태에서 분위기가 다소 경색될 수 있는 '열병식'을 개최함으로써 '양동작전'을 전개했다. 이는 북한이 '투트랙 접근방식'으로 대북제재 국면을 타파하기 위해 주도권을 잡으려고 나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는 남한은 물론 미국을 상대로 전하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미국이 자신들을 건들면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내에서 대북 공격옵션을 선택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고, 어제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한국에 와 있는데,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할 것이다'라는 강력한 인상을 보여주려고 했을 수도 있다. 과연 그 효과가 있을까? 내 생각에는 별로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7. 열병식을 실시간 실황중계가 아니라, 중계방송으로 지연 방송했다.
- 통상 북한에서 열병식은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런데, 어제는 중계방송으로 지연 방송됐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볼 수 있지만, 미국의 군사적 옵션 선택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김정은 참수작전 실행을 사전 방지하기 위한 방책 차원에서 지연 중계방송을 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실시간 방송을 하다가 주석단이 폭격이라도 당한다면 낭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어제 내가 지켜본 '열병식'을 보고 느낀 몇 가지를 정리해봤다.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이제라도 대한민국 정부가 정신을 매우 심하게 바짝차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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